드디어 자립의 시간
우선은 차의 수리부터 하였습니다. 호주 한바퀴를 미친듯이 달렸던 차라 여기저기 손볼데가 엄청많았죠. 브레이크 상태도 메롱이고 타이어도 거의 민무늬에 핸들링도 엉망이고, 휠도 휘어진듯 하고 등등등;;;;;
쉐어 아주머니에게 여쭈어서 잘 아는 괜찮은 정비소를 알아봤습니다. 그래서 알게 된 곳이 버우드 근처에 있는 한인 정비소. 주인 아저씨도 상당히 친절하고 가격도 저렴하고(타 호주 정비소랑 비교해봤더니) 하여서 나중에 시드니에 들릴때마다 항상 차를 정비 받았습니다.
거진 1,000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차를 맡기고, 다음으로 어느 농장으로 갈지 정해야 했고, 그와 함께 같이 농장에 갈 오일쉐어도 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당시에만 해도 농장을 구하는 요령이 상당히 부족하였습니다. 그나마 좀 들었던 정보가 그 당시 퀸즐랜드 쪽은 일자리도 거의 꽉 찬 상태이고, 생각보다 돈벌이가 안되는 곳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생각난 것이 한창 제철이 아닐거 같은 곳으로 가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한 곳이 빅토리아 주 근처에 있는
Swan Hill 지역!!!
여차저차해서 호주정부에서 발간하는 농장정보책자를 얻고 정보를 좀 알아보았습니다. 포도 픽킹이 다 끝난 시점이더군요. 농장에서는 그럴 때도 일자리가 있겠지 싶어서(프루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장소는 결정하였고, 마침 오일쉐어 할 사람도 구해서 바로 다음 날 출발을 하였습니다.
도로 간간히 있는 휴게소들. 우리나라처럼 큰 상점 같은게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우선은 멜번으로 방향을 잡았고, 가는 길에 캔버라나 들려서 국회의사당이나 구경할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드니에서는 그다지 멀지 않은 캔버라. 차로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곳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호주의 수도를 물어보면 시드니나 멜번이라고 답을 하고는 합니다. 처음 캔버라라는 조그만한 동네가 수도라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드니와 멜번이 서로 자기가 수도를 해야된다고 싸움을 벌여서 정한 곳이 시드니와 멜번 중간지역인 캔버라라고 하더군요.
완전한 계획도시로 제가 받은 느낌은 경남 창원시의 느낌이 나더군요. 캔버라의 지도만 봐도 얼마나 계획해서 지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깔끔한 동시에 한산한 것이 도시이면서도 한적한 시골 정원의 분위기가 나더군요.
캔버라에서 유명한 관광명소가 이 국회의사당입니다. 역시나 관광대국 답게 국회의사당이 이렇게 큰 관광지가 되어 있네요. 국회의사당 내부에는 일반인들도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할 수 있습니다.
참, 맘만 먹으면 테러벌이기 쉬운 환경이라는 생각이......
국회의사당 지하 주차장 모습. 높이가 상당하다
그렇게 캔버라 관광을 마치고 목적지인 멜번으로 향하였습니다. 원래는
Hume Hwy 를 사용하는 것이 멜번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이랍니다. 하지만, 이 때는 길도 잘 몰랐고, 캔버라에서 멜번까지 나있는 다른 도로가 맘에 들어서 그 길을 이용하기로 하였지요. 서남쪽으로 향하는 Hume Hwy 대신 남쪽으로 곧장 내려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것이 Hume Hwy 를 이용했을 때의 최단거리 (흰색선)
우리가 선택한 길. 구글맵으로 대충 계산해도 100Km 더 긴 이동거리를 보여준다;;;
그렇게 해가 저물어가고...Cooma 라는 도시를 지나 Orbust 란 마을에서 쉴 생각으로 열심히 차를 달렸죠. Orbust 까지 200Km 를 남겨두고 지루한 산길이 이어지더군요. 꼬불꼬불꼬불. 게다가 이 쪽 길은 인기가 없는지 차 구경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한시간동안 운전하면서 아마 차 한대를 봤을까 싶네요. 산길에서 의지할 것은 단지 우리 팔콘의 헤드 라이트.
아!!! 그런데...
갑작스럽게 도로 한 중앙에 캥거루 시체가 놓여있는 겁니다. 이 때 핸들을 잡고 있던 제 친구가 놀라서 차를 틀어버렸죠. 그와 함께 TV에서나 봤을 듯한 차의 드래프트;;; 뱅글뱅글 도는 와중에 저는 근처 산길에서 도망치고 있는 캥거루의 모습을 보았습닏. 허허허
끽~끽~ 거리는 소리가 한참 들리다 갑자기 차가 멈췄습니다. 휴우~ 시작부터 대형사고 날뻔 했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에서 내렸죠. 그런데, 차가 진흙탕에 빠져서 나올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뒷바퀴가 그대로 박혀버렸더군요. 도로위에는 차가 얼마나 뱅글뱅글 돌았는지 타이어자국이 한가득이더군요. 이 때 반대쪽에서 차가 한대만 왔었도. 어휴~~
차를 빼려고 별의 별 짓을 다 해봤지만, 그럴수록 차는 점점 더 깊이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려고 하더군요.
배는 고프지, 차에 라면은 있는데 물은 없지. 아 정말 슬프더군요. 전화기라도 터졌으면 전화라도 할텐데
수신불가지역.
야밤에 산길에서, 게다가 차 한대 안 다니는 곳에서 이런 일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일단 주변을 밝히기 위해 차 근처에서 불을 피워 차의 상태를 보았습니다. 바퀴가 심하게 빠져있더군요. 그렇게 하염없이 지나가는 차를 기다렸는데..
앗싸!!! 30분 뒤에 차 한대가 지나갔습니다. 부리나케 세워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조그만한 집차에 일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장비가 없었죠. 견인고리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봤을텐데 없었던터라 결국 바이바이 하고 다음 누군가를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또 30분 후! 백발의 아저씨가 자가용을 몰고 와서는 우리 앞에 차를 세우더군요. 야밤에 이 산길에 동양, 남자애들 셋이서 떡하니 있는데 흥쾌히 차를 세워서 도와주는 모습에 정말 감격했습니다. 그 아저씨도 방법이 없는지 생각을 하다가 일단 저 멀리 보이던 캥거루 시체를 걍 손으로 잡아서 확 집어던지더군요. 이런 일이 호주에서는 비일비재 한가 봅니다(나중에는 정말 지겹게 길에 널려있는 캥거루 시체들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죽어도 멸종하지 않는다는게 신기할 정도로-_-;)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어서 전화를 하는겁니다. '아저씨 여기서 전화 안터져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헉!!!
전화가 되는겁니다. 회사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역시나 Telstra;;; 망할 옵터스는 완전 수신불가인데, 역시 Telstra 더군요. 그 당시 호주의 SK 라고 저희 사이에서 불렀던 업체였던 만큼 터지긴 잘 터지더군요. (나중에 호주 아웃백 지역에서는 옵터스 폰을 그냥 시계로 썼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 견인차량이 와서 차를 견인해서 Orbust 까지 끌고갔습니다.
정비결과 이상은 없었구요, 견인비로 400달러 가까이를 지불하였습니다. 헉!!!!
빈털털이인 상태로 방어운전한다고 시속 60Km 로 달리다가 경찰한테 잡히기도 하고. 캥거루때문에 한번 당해서 이런다니깐 그냥 보내주더군요.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까운 휴게소에 차를 대고 잠을 청했습니다.
정말 인적 한산한 곳에서 차를 대고 밤을 보내니 참 이상한 기분이더군요. 아직 호주생활 초창기였던 시절이라;; ㅎㅎ
그렇게 다음날 멜번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숙소 잡는 것도 서툴던때라, 일단 VIP 카드 만들면서 받았던 소형책자에 있는 백팩들에 연락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한 백팩(시티에서 좀 외곽 쪽이었는데, 이 역시 기억이 안나네요;;;). 이 백팩은 차후에 멜번만 오면 와서 묵게 되는 곳으로 되었습니다. 그만큼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고 카운터 여직원이 참 친절했죠. 항상 엄지손가락 두개를 치켜올리면 이야기 하곤 했는데.
남반구 최대규모의 카지노라 불리우는 멜번의 Crown 카지노가 있는 건물
소문데로 우중충한 날씨가 저희를 맞이하더군요. 멜번의 첫인상은
복잡함, 그리고
우중충함,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고풍스러움이었습니다. 타지역에는 없는 전동차 같은 Tram 들이 다니는지라 한층 더 교통시설이 복잡하죠.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멜번의 매력을 한층 더 상승시켜주는 요소였습니다. 멜번의 그 우중충함 또한 그 곳이기때문에 매력으로 변할 수 있는 요소였구요.
그렇게 멜번에 도착한 후, 멜번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교동생을 만났죠. 역시나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을 타지에서 만날때는 반가움이 두세배 증가하는 듯? ㅎㅎ
멜번의 로맨틱 장소, Yarra 강 근처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잔
그렇게 아는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한국 VS 프랑스의 경기가 있는 고로 일찍 잠을 청했죠. 그리고 나서 매서운 날씨에 길밖에 나가서 Yarra 강 근처에 있는 대형TV 로 경기를 보았습니다. 시드니때처럼 많은 인파가 와 있길 바랬지만, 그런건 전혀! 한국인들은 저희 뿐이었죠. 여차저차 동점되는 걸 보고 근처에 있던 외국얘들이 Shit! Fuck 을 연발할때 우리끼리 나이스! Ye~~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프랑스와 무승부가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ㅎㅎㅎ
뭐 그렇게 멜번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Swan Hill 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텅빈 지갑을 들고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