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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莊子(장자)17

하늘이냐 사람이냐 - 대종사 자여와 자상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다. 장마가 한 열흘이나 계속되던 어느 날, 자여는 문득 생각했다. '자상이란 친구, 먹을 것이 없어서 퍼져 누워 있으리라.' 자여는 밥 꾸러미를 들고 자상의 집을 찾았는데, 안에서 노래인지 우는 건지 모를 이상한 소리가 금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아버진가 어머닌가, 하늘인가 사람인가..." 굶은 탓인지 숨넘어가는 소리로 이렇게 되풀이하고 있었다. 자여가 안으로 들어가 말했다. "이상한 노래로군. 어찌 된 건가?" 자상이 대답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가난한지 생각해보았으나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설마 부모가 자식이 가난하기를 원했을 리 없고, 더구나 공평 무사한 하늘이 나만을 차별해서 이 꼴을 만들었을 리도 없지 않겠나? 이모 저모로 생각해도 도저히 알 수.. 2011. 10. 23.
[장자] 용요리 - 열어구 주평만은 지리익에게서 용을 죽여 요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천 금을 탕진했고, 비법을 터득하는데 3년이 걸렸다. 그러나 용은 흔하지도 않을 뿐더러 잡기도 힘들어서 그 기술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 짧은 글이면 짧은 글일수록 더욱 다양한 시각의 의미부여가 가능한 것 같다. '1+1=2 이다' 가 아닌 '1+1=? 무엇인지 상상 그 이상의 것이 될것이다' 라는 것인 장자의 매력이니, 이 글 또한 그러한 느낌을 반영하는 글구같다. 사실 예전에 용요리 이야기는 읽어도 대충 넘기게 되었다. 음, 그렇구나하면서, (예전에 만화 슬레어이즈에 용요리 관련 에피소드가 나왔었는데 그 에피소드만 생각나고..) 하지만 최근 .. 2011. 6. 26.
입묵을 없애다 - 대종사 의이자가 허유에게 배움을 청하자 허유가 이렇게 물었다. "너는 요에게서 배웠다던데, 무엇을 배웠느냐?" "인의의 실천에 힘쓰고, 시비와 선악을 분명히 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뭣하러 새삼 나를 찾았느냐? 요가 이미 네 이마에 인의를 새겨넣고 시비라는 말로 코를 잘라버렷는데, 자유롭게 거리낌이 없는 큰 길로 어찌 너를 인도할 수 있겠느냐?" 그러나 의이자는 구히지 않고 말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설사 도에는 이르지 못해도 근처에는 가고 싶습니다" "안된다. 장님은 앞에 미인이 서 있어도 볼 수가 없으며, 곱게 수 놓은 비단을 들고 있어도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 너는 이미 도와는 인연이 없어졌다." "옛날 무장이 그의 아름다움을, 거량이 그의 힘을, 황제가 그의 지혜를 잊은 것은 모두 도의 .. 2011. 4. 3.
거북의 출세 - 추수 장자가 언제나처럼 복수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초나라의 두 중신이 왕의 명령을 받고 찾아왔다. 사자는 말했다. "초나라의 재상이 되어주십시오. 우리 임금님의 원이옵니다." 장자는 낚싯줄을 드리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귀국에는 죽은 지 3천년이 된 영험한 거북의 등껍질이 있다고 들어소. 임금께선 그것을 비단보로 싸서 상자에 넣어두고 소중히 제사를 드린다고 합디다. 그런데 그 거북을 보시오. 죽은 뒤에 제사를 받는 편과, 살아서 흙탕물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는 편을 생각해보면 어느게 더 낫겠소?" "그야 살아 있는 편이 더 좋겠지요" 그러자 장자는 말했다. "자, 그만 돌아가주시오. 나도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살고 싶소" --------------------------------------.. 2010. 11. 15.
벼슬길을 구하는 법 - 측양 측양이라는 자가 벼슬을 얻기 위해 초나라에 왔다. 우선 왕의 측근인 이절을 통해보았으나 왕이 만나주지를 않자 이번에는 왕과를 찾아가 부탁했다. 그러나 왕과는 한마디로 거절하며, 공열휴에게 찾아가 보라는 것이었다. 측양이 그의 사람됨에 대해 묻자 왕과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사람은 겨울이면 강에서 자라를 잡고, 여름이면 산속에서 일월을 벗삼아 놀고 있소. 누군가 그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강가와 산속이라고 대답했다더군요. 아무튼 나로서는 저 지혜로운 이절이 못하는 일을 떠맡아 해낼 수가 없소. 이절은 비록 덕은 없지만 굉장히 지혜로워서 늘 겸손학 척, 남과의 교제를 귀시처럼 해나가는 사람이오. 하지만 부귀에 눈이 먼 사람이라 서로 돕고 지낼수록 덕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덕을 손상시키기 일쑤인 인물이오... 2010. 9. 3.
[장자] 하늘의 무리와 사람의 무리 - 대종사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 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무심히 서로 사귀고, 무심히 행동하는 사람은 없을까? 세속을 떠나 하늘 높이 노닐며, 생사를 잊고 영원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은 없을까?" 세 사람은 뜻이 통하여 빙긋 웃고는 함께 친구가 되었다. 세월은 흘러 이윽고 자상호가 죽게 되었는데,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시체를 버려두었다는 소식을 들은 공자가 제자인 자공을 보내 장례식을 치르게 했다. 자공이 자상호의 집에 와보니 맹자반은 봉당에서 거적을 엮고, 자금장은 금을 타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아아, 자상호여! 그대는 벌써 고향에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 세상을 방황하노라!" 자공은 이에 그들을 나무랐다. "시신을 앞에 놓고 노래를 하다니,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소!" 두 사람.. 2010.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