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견오가 연숙에게 말했다.

"접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떻게나 떠벌리는지, 어디까지가 이치에 닿는 것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소. 정말 질리고 말았소. 마치 구름을 잡는 것 같은 이야기뿐이라서, 보통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요."

"대체 어떤 이야기였소?"

"어디 한번 들어보겠소? 그의 과장은 이런 정도요.
'묘고야란 산에 신인이 있는데, 살결은 눈처럼 희고 몸매는 처녀처럼 나긋나긋하다. 바람을 받아들이고 이슬을 마실 뿐, 곡식 같은 것은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어떤 때는 구름을 타고, 또 어떤 때는 용을 타고 우주 밖에서 노닌다. 별로 하는 일은 없지만, 신인이 있다는 것만으로 상처를 입거나 병이 든 사람은 구원을 받고, 온갖 곡식이 다 잘 익는다.'
그의 말은 모두 이런 식이오. 하도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서 도저히 곧이들리지가 않았소."

연숙이 말했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소. 속담에 '장님에게는 아름다운 색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는 아름다운 가락이 들리지 않는다.' 고 하더니, 선생이 바로 그렇구려. 신인이라 불리는 사람의 덕은 이 우주를 뒤덮고 있소. 보잘 것 없는 천하를 다스리면서 아둥바둥하는 인간과는 근본이 다르단 말이오. 또 신인은 어떤 것에도 지배당하지 않는 존재요. 물이 하늘까지 닿을 듯한 홍수에도 신인은 빠지지 않소. 쇠와 돌을 녹이고 땅을 태울 만한 열도 신인에게 화상을 입히진 못하오. 세상 사람들이 성군이라고 칭찬하는 요나 순 같은 이는 신인의 '발톱의 때' 만 가지고도 만들어낼 수 있소. 과연 상식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