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다음날 새벽 6시 반...베이징 최대의 명물 만리장성을 구경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를 하였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어제 함께 가기로 한 분의 방에 노크를 하였지만 무응답....결국 쪽지를 하나 남겨두고 출발을 하였습니다.

목표는 만리장성 중에서도 가장 험준하다는 쓰마타이 장성!

베이징 외곽 북부에 위치한 곳으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베이징에서 가기 편한 팔당령(빠다링) 이지만, 인적도 드물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된 쓰마타이가 점차적으로 많은 배낭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장소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곳으로 결정을 하였죠.

투어는 신청하지 않은 관계로 직접 그 곳까지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쓰마타이는 미원이라는 곳에서 7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미원까지 가기위해서는 버스를 타야되는데 그 버스가 동직문 역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동직문으로 고고~

우측 노란색과 파란색 선이 교차되는 곳이 동직문(동저먼東直門 DongZhiMen)

기차역에서 내린 후 어디로 가야되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에라이 모르자 하면서 대충 발걸음을 옮겼죠. 어차피 출발하기 까지는 시간이 있는걸로 아는지라 좀 헤매기로 하였죠. 그러나 왠걸? 한방에 미원행 980 번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정류장을 기대했지만 아니더군요...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짝퉁 소형버스말고 커다란 시외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가격이 아주 약간 좀 더 비싸다고 하더군요....

여튼 20위엔을 주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처음에 사람이 몇 없어서 편하게 가겠구나 생각하며 아침요기로 길거리에서 떡을 하나 사먹었습니다. 아침을 맛나게 먹으면서 기다리는데 점점 늘어나는 사람들과 짐으로 버스는 폭주....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행 중에도 사람들을 계속 태우더군요. 이런 무식한...... ㅎㅎㅎ '역시 상인의 피가 흐르는 중국!'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미친듯이 달리는 차 문을 열고 호객행위를 쉬지 않고 하는 버스 도우미 아저씨를 보며 '님이 최고!'

미원으로 가는 버스 980번. 미원까지 3시간~

복작거리는 버스. 그러나 아직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도우미 아저씨. 님하 짱~

버스에는 저 외에 프랑스인 한 커플을 제외하고는 죄다 중국인들이었습니다. 가볍게 프랑스인 커플에게 말을 걸었더니 역시나 그들도 쓰마타이 장성을 보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오기 전 한국에서 자료를 찾아본 결과 이런 개인여행으로 갈 경우 미원에서 덤탱이를 무지 쐬운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시내버스 조차 말이죠. 담합해서 아예 차를 출발 안시켜서 장성구경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혼자는 아니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한숨 놓았죠.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왠 버스정류장도 아닌 곳에서 우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사가 이 전에 "쓰마타이? 쓰마타이?" 하길래 맞다고 했죠. 그랬더니 여기서 내려서 가면 된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은?

알고보니 우리가 내린 바로 앞에 왠 승용차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 차랑 짝짝꿍 맞춘듯....어차피 미원표지판이 보인 뒤 내린 것이라서 정류소는 조금만 찾으면 있을거라 생각하고 정류장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끈덕지게 승용차 기사가 저희를 따라오더군요. 덤탱이 씌울게 뻔하다고 생각한 저희는 쌩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정류장 위치를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영어 사용자는 하나도 없고, 물어봐도 제대로 답 안해주고-_-;;;

결국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고 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중국인 대학생을 만났습니다. 대학생 누나와 누나의 아들로 보이는 꼬마, 이렇게 3명이었는데 그들도 쓰마타이를 간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합석하자고...역시 사기를 쳐도 같은 중국인 끼리는 그나마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하는 수 없이 기사양반이랑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기나긴 마라톤 협상 후 결국 두당 30위엔에 마무리를 지었죠.

마라톤 협상 중. 뒤에 봉고아저씨도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중국 외곽지역의 한 주유소...

왕복 2차선을 3차선처럼 운전하는 기사아저씨의 차 속에서 1시간후, 쓰마타이 장성에 도착을 하였죠. 와우! 저 멀리 보이는 쓰마타이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드디어 만리장성이라는 녀석을 직접 보는구나 라는 마음과 함께.

입장료는 40위엔 이지만 학생증 제시로 할인받아서 20위엔에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쓰마타이 장성 매표소

이거슨 가격표. 학생증(한국것도 됨)제시시 할인적용을 받을 수 있다

입성, 슬슬 걸어가볼까~

이거슨 지도. 서쪽이 더 험준하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루트를 정하였습니다. 우선 좀 덜 험준한 동쪽을 맛본 뒤 서쪽을 가면 더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동쪽 결정! 케이블카는 가난한 배낭여행객에는 사치! 부실한 두다리로 열심히 걷기 시작했죠. 승용차 기사아저씨는 6시까지 오라고 하였습니다. 대충 다 도는데 몇시간 걸리는지 물어보고 딱 시간이 맞을 듯 싶어서 알겠다고 하였죠. 행여나 아저씨가 가버릴까봐 돈은 후불로 하였습니다.

프랑스 커플팀은 케이블카를 타고 다른 쪽부터 돌아본다고 하였습니다. 그들과 6시에 다시 조우하자고 말하고 빠빠이를 하였습니다. 저는 중국학생 일행과 함께 하였죠. 쓰촨성에 사는데 대학교 때문에 베이징에 왔다고 하였습니다. 때마침 언니랑 아들래미가 놀러와서 함께 쓰마타이를 구경한다고 하였죠. 한국드라마를 디게 좋아한다면서 "아자아자 파이팅!" 을 연신 외쳐대더군요. 베이징에 있으면서 모든 만리장성에 다 가보았다고 하길래 어디가 가장 좋냐고 물어보니깐 역시나 쓰마타이 라면서 강추를 하더군요. 제가 쓰촨성에 있는 성두에 간다니깐 꼭! 훠궈를 먹어보라는 조언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장성까지 가는 등산로. 조금만 걸어가면 장성이 나온다.

잡설하고 장성사진을 조금 올려보겠습니다.


입구쪽 장성. 보호상태가 양호하다


만만치 않은 경사. 괜히 만리장성 축조중 수많은 사람이 죽은게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장성을 조금 타고 가다보면 다리를 건너야 되는 곳이 나옵니다. 그런데...아아아~~
여기서 또 다시 표를 파는 사람이 있더군요. 이거 무슨 소프트웨어 쉐어웨어만 쓰고 더 쓰고 싶으면 돈 내야되는 그런 것도 아니고....이거 혹시 사기는 아닌가 싶어서 조금 기다려봤지만, 뒤에 오는 관광객이 살포시 돈을 내는걸 보고 바로 표를 구입하고 마저 전진하였죠. 이 곳 부터는 정비가 심하게 안되어서 걸어올라가다가 계단이 부서지는 경우도 있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고경사에 수많은 장관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산성중첩에도 열심히 기념품을 파는 아줌마들이 있던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동쪽을 다 훑어보고 내려가는 중!

아하~ 이게 왠일. 배에서 만났던 일행들을 보게 된 것이죠. 제가 하도 쓰마타이 쓰마타이 하고 노래를 불렀더니 그들도 쓰마타이를 보러 온것이었죠. 원래는 그 중 중국을 잘 아는 동생이 차를 빌려서 같이 오자고 하였지만 혼자서 여행루트를 짜보자는 계획때문에 거절을 하였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마치 이산가족을 만난 느낌이 들더군요. 기념샷 한 컷 찍어주고 나중에 베이징에서 볼 수 있으면 보자면서 작별을 고했습니다.

표파는 다리. 다리에는 메달리지 마세요~~~

이거슨 다리통행표

그리고 서쪽을 정복하러 가는 중....슬슬 허기가 지고 힘이 빠지더군요. 역시 부실한 아침이 원인인가..생각해보니 점심도 먹지 않고 계속 걸었더군요. 게다가 물도 조그만한거 한통밖에 준비해오지 않아서 목이 말라 죽을뻔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처음 만난 사람한테 물 좀 달라고 하기도 거시기해서 꾹참고 있었죠. 그러다가 서쪽 거의 끝저리에서 중국학생 언니의 동생이 지쳐서 못 가겠다고 주저앉아버렸습니다. 하긴, 그 작은 체구에 여기까지 열심히 걸어온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고 동생을 놔두고 갈 수 없는 법. 그 상황에서 이 때다 싶어 제가 돌봐줄테니 마저 보고 오라고 하였죠.

결국 둘이 남아서 티격태격 놀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 때의 산성에서 맛본 바람의 맛은...아아~
목이 마른 나머지 그 곳에서 물파는 아줌마에게 물을 사 마셨습니다. 가격? 5위엔....(그 당시 한통 1위엔이 정상가였습니다). 눈물을 머금으면서 결국 사 마셨습니다. 정신없이 마시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 뚜껑이 따져있었습니다-_-;;; 제길....그러나 이미 아줌마는 저멀리 사라지고...생각해보니 아줌마가 저 멀리서 오면서 빈병을 회수하는 걸 보았습니다. 물이 약간 들어있는 통들을...혹시나 저 물들을 모아서 파는거?-_-;; 뭐, 물맛은 달디달았습니다. 그랬으면 되니깐 패스~~~


잠시 후 돌아 온 일행들과 합류해서 분주히 산성을 내려갔습니다.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급히 이동을 하였죠. 도착하니 먼저 와있던 프랑스커플이 저희를 반겨주더군요. 그리고 무사히 베이징까지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웅장한 쓰마타이 장성의 모습. 안개와 어우러져 한층 더 고상한 멋을 뿜어낸다

사진 날아가 버린 관계로 더 이상은 없습니다


정말 기억에 길이길이 남을 풍경이었습니다. 다시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죠.

예전에 만리장성 1m 를 만들때마다 한사람씩 죽어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괜히 나온말이 아님을 깨달았죠. 그냥 걷기도 힘든데 저 무거운 돌덩이를 들고...역시 진시황 시대는 장성 축조 인부들에게는 엄청난 암흑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그 유산은 후세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고, 이로 인해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밥벌이 하고 살고 있고...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 합니다-_-;;;

사전에 쓰마타이장성은 험준하고 정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닥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계단이 무너져서 미끄럽긴 하지만......



위에서 기사아저씨에 대해서 나쁜 얘기만 했는데, 실제 같이 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친절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이더군요. 어린아이가 심심하지 않게 장난도 좀 쳐주고. 역시 사람을 대충보고 바로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나쁜 습관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만리장성의 백미가 쓰마타이라고 하는 것은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인식하는 것은 다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주위에서 듣기로는 쓰마타이가 가장 멋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 중 백미라고 하였습니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_^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