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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산....청두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유명한 산입니다. 높이 3099m로 3000m, 그러니깐 거의 정상에 위치한 황금불상인 높이 48m의 사면십방보현좌상(四面十方普賢座像)이 유명한 곳이죠. 무협지에 많이 나오는 아미파의 본산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한글로 한자를 읽으면 아미산이죠). 우타이산, 푸퉈산, 주화산과 함께 중국의 4대 불교성지로도 유명한 곳이죠. 불교가 전승되기 전에는 도교의 성지였던 곳입니다.

이 곳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원숭이들을 산에서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듣자하니 엄청난 수의 원숭이들이 이 곳에 살면서 등산객들을 괴롭힌다고 하더군요. 아아아~ 원숭이와 한판승

버스로 도착하면 보게 되는 건축물. 벌써부터 금박이다

다음날 오후에는 청두에서 쿤밍가는 기차를 타야되는 관계로 아쉽게도 산밑에서부터 걸어서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3000m 가 넘는 산을 무슨 축지법을 쓰는 것도 아니고 하루만에 오를 수 없는 노릇이었죠. 미친듯이 걸어올라가도 1박 2일은 걸린다고 하니 하는 수없이 버스를 타고 정상 가까이까지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어메이산 안내지도

산정상까지 운행되는 버스운행시간

키로 어른, 어린이를 구별한다. 허허허, 키 큰 얘는 안습

중국 남자화장실서 발견한 '한 발 더 다가서서 소변 봅시다' 어느 나라나 다 똑같구나

산까지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우선 점심을 해결하였습니다. 가까운 식당에서 읽지도 못하는 중국어로 간신히 마파두부를 찾아서 먹었죠. 쓰촨성에서 유래된 마파두부를 본토에서 먹어서일까요? 맛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가격도 푸짐한 인심~ 관광지 가격 같은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다음으로 입도 심심하고 해서 간식거리로 해바라기씨를 구입하였습니다. 중국에서 심심찮게 본 이 녀석은 많은 중국인들이 즐기는 간식거리로 상당히 맛이 좋습니다. 그냥 해바라기씨를 집어넣은게 아니라 약간의 가공을 하여서 꼬소한 맛이 납니다. 중국사람들은 간단히 톡톡 껍데기를 벗겨먹던데, 저는...아아아~

심심할때 딱 좋은 해바라기씨. 가격도 싸고 은근히 양도 많다. 맛도 굿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버스표를 구입할 때 입장료도 포함해서 냈던걸로 기억되네요. 올라가는 지역마다 입장권이 달랐는데 저는 가장 윗쪽인 금정근처까지 가는 표를 구입하였죠. 구불구불한 산길을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가는 길에 원숭이를 볼 수 있나 기대를 하였지만 한마리도 구경 못하였죠. 간간히 보이는 한글로 된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다 중간에 차표 및 입장권을 검사하는 곳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내리길래 화장실에 가나 싶어서 조용히 앉아있었는데 옆에 있던 꼬마애가 표를 흔들면서 나가서 체크하고 와야된다고 하더군요. 어이쿠 고마운 녀석. 어설픈 중국어로 고맙다고 말하고 살포시 표에 검사체크를 하고 다시 차에 탑승하고 열심히 정상으로 달렸습니다.

중간 체크 포인트

아아...그런데 불안한 것은 올라갈 수록 날씨가 흐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밑에서는 상당히 화창한 날씨라서 정상에 있는 사면십방보현좌상을 멋진 햇살과 함께 볼 수 있겠구나 했는데, 안개가 좌욱이 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거 비라도 내리려는건가...우산도 없는데.....

근 2700m 정도의 지점에서 내려서 나머지는 걸어서 올라가게 됩니다. 정확한 높이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걸어서 2시간이 넘게 걸렸던걸로 기억이 됩니다. 여기서부터 추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밑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코트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3000m 가 넘는 곳에서는 고산병이 시작되기 때문에 고산병 예방을 위한 어설픈 산소주머니도 판매하고 있죠.

걸어서 올라가기 힘드실거 같으신 분은 케이블카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가격은 40위엔. 하행은 30위엔이죠. 혹은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가마에 타셔서 가셔도 되는데, 이건 아무리봐도 가마꾼들에게 남는 장사인가 의구심이 들더군요. 그냥 걸어가도 힘든데-_-;;

가마꾼들......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산행길에 바라본 풍경들. 우와아아앙~

미친듯이 걸어올라가는 중...아아~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
약하게 내렸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비닐로 된 1회용 우의를 꺼내서 대충 수습을 하였죠. 하지만 짐이 많이 있었던지라 짐이 젖을까봐 걱정되더군요. 게다가 약해빠지 비닐이라 중간에 한번씩 찢어지기도 하고...으아아아아~~~~~~

끝이 없는 산행길. 날 잡아 잡수쇼

헥헥...비에 쫄딱젖은 생쥐가 되어서도 열심히 올랐습니다. 오늘 안에는 정상에서 금정사와 불상을 본다! 는 생각으로 말이죠. 하지만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고 정상은 보이지도 않더군요. 중간에 왠 사찰들을 지나쳤습니다. 그 중 한군데에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무엇인가를 적고 있더군요. 무엇인가 싶어서 짧은 중국어와 바디랭귀지로 물어보니 숙소랍니다. 저렴한 가격에 사찰에서 잘 수 있는 숙소. 가격도 그다지 저렴한거 같지도 않은거 같아서 일단 패스했죠. 그러면서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한참을 가야된답니다. 아 제길. 걍 배째라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죠. 미친듯이

숙소를 제공하는 사찰

그렇게 미친듯이 걸었습니다. 걷고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러자!!!

드디어 저 멀리 황금불상이 머리를 지붕 위로 비추는 것입니다. 아아아~ 멋있어라. 남은 힘을 가득 모아서 열심히 전진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짙지 않은 안개라서 나름 멀리서도 볼 수가 있었죠. 그런데, 다가갈수록 이상하게 안개가 끼기 시작하는겁니다. 뭐지 이건-_-;;

악악! 이놈의 안개!

안개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안개와 함께 보여진 불상의 모습은 한층 더 신비로운 느낌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렇게 멀리서 잠시 감상을 하고 있으니 안개가 조금 개기 시작하더군요. 오예~~~

이것이 바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불상이라는 사면십방보현좌상!!!

왠지 서역의 냄새가 풍기는 코키리상들의 모습

불상을 배경으로 찰칵. 아아~ 아저씨 촬영 센스가T_T

정말 좋았습니다. 안 왔으면 어쩔뻔했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멋진 광경을 본 것입니다. 비에 쫄딱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지만 기분은 좋았죠. 그리고 불상을 지나서 황금색의 금정사로 갔습니다. 근처에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 젖고 추운 몸을 녹이고 말렸죠.

금정사

주변 구경을 시작하면서 숙소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근처 호텔이 있는 걸 보았지만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 하루 150위엔의 숙소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금정사에 스님에게 부탁해서 하룻밤 묶어가게 해달라고 할 작정이었습니다. 절에서 하루 묵어가는걸 너무 좋아하는지라 바로 달려갔죠. 중국스님들 인심은 어떨까...

금정사 주변에 걸려있는 자물쇠들. 어떤 소망들을 가지고 채운 자물쇠들일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용 자물쇠를 꺼내서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자물쇠에 걸고 찰칵

아~ 망했어요. 절까지 찾아들어가서 스님들과 교섭을 하였지만 바로 안된다고 하네요. 역시 관광지로 지정된 절들은 야박합니다. 예전에 범어사에서 친구랑 하룻밤 묶어가려고 들렀더니 쫓아내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관광지의 절은 절이 아니야!!!!!!!!!!!!!!!

바깥의 안개는 한층 더 심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도 후두두둑 심하게 쏟아졌죠. 비에 젖은 모습이 측은했는지 경비아저씨가 수건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아~ 감사감사. 다시금 불쌍한 눈빛으로 하루 재워주세요~ 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GG. 혹시나 싶어서 절 안에 경비아저씨랑 계속 앉아있었지만 결국 아저씨도 퇴근 시간이 되어서 함께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뭐라뭐라 말을 하더군요. 당연히 못 알아 들었습니다. 대충 고개만 끄덕이면 따라갔죠. 절을 나서니 안개가 세상을 다 덮어버려서 1m 앞도 안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잘도 길을 찾아가시더군요. 허허~ 대단대단. 조심히 따라갔더니 왠 젊은 공안들이 나타나는 겁니다. 뭐지...아저씨랑 공안들이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조금이나마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공안이 영어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공안사무실에서 하루 묵어갈 생각이 있느냐? 하길래 재밌는 체험이겠다 싶어서 알았다고 했죠. 그런데.....거의 개방되어있는 이상한 사무실이었습니다-_-;;; 화장실도 안보이고 내일이 되면 감기걸리기 딱 좋을거 같다는 생각에 결국 또 GG. 친절에 감사하면서 결국 근처 호텔로 갔습니다. 으으으~~~~

혼자인데다가 밤이 늦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잘 이야기를 해서 나름 할인을 받기는 하였지요. 그리고 급히 몸을 씻고 물건들을 말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후두둑 내리는 비속에서 해는 지고..

완전 젖어버린 나의 물건들...힝

씻고 물건말리고 운동화도 말리면서 휴식을 취했죠. 아침이 되면 멋진모습의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운 좋으면 구름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던데....제발 볼 수 있길 바라며 잠을 청했습니다.

따로 알람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려서 깨워주더군요. 일출을 보라는 말이었죠. 그러나 날씨는 저희를 배반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섰지만 안개는 여전히 자욱....날씨도 상당히 추워서 계속 달달달 거렸습니다. 아우~ 결국 맑은 공기만 한가득 마시고 산을 내려가기로 하였죠. 급하게 청두까지 가야되는 관계로 이번에는 케이블카를 사용하였습니다.

케이블카 매표소. 정상에서 걸어가면 10분정도 거리에 있다

자욱한 안개속을 뚫고 지나가는 케이블카

안개는 여전하였습니다. 케이블카에서도 제대로 풍경을 구경 못하였죠. 그런데, 어느 시점을 지나자 시야가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허허허, 위를 보니 저희가 있던 곳만 구름에 갇혀 있더군요. 뭐 어쩔수 없는 상황.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구경할 수 있겠죠?

이것이 운해

어메이산 정상에서는 4가지의 절경을 맛 볼수 있습니다. 바로 일출, 승등, 불광(브로켄 현상), 운해이죠. 운해는 위에 있는 사진과 같이 전 지역이 구름의 바다로 깔리는 모습인데 말 그대로 구름 속을 걸을 수 있는 거죠. 실질적으로는 정상에서 밑을 바라다보면 구름의 바다가 펼쳐진걸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 속 그림은 어디까지나 엄청나게 적절한 타이밍에 볼 수 있는 운해인거죠. 그리고, 불광...즉 도깨비불 같은 현상으로 저 멀리에 불상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못봤으니 패스~

아무튼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이 불친절하니 재수없다니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글쎄요. 저는 사실 여행하면서 친절한 중국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이 곳 어메이산을 여행할 때는 너도나도 다들 도움의 손길을 조금씩 뻗쳐주더군요. 어메이산의 멋진 풍경과 함께 중국인들의 친절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안개속의 금정과 불상은 어떻게 보면 맑은 날보다 더 멋진 풍경이 아닌가 생각을 하기도 하구요. ㅎㅎㅎㅎ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운해와 불광을 볼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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