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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부산에서 여행을 시작하고자 길을 떠났습니다. 비때문에 짐들이 젖을까봐 괜시리 걱정되더군요. 친구가 차를 태워줘서 덕분에 편하게 노포동 터미널로 갈 수 있었죠. 그 곳에서 버스타고 서울까지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리고 간만에 서울친구들과 한잔 마시며 회포를 풀었죠. 그날 밤 인천 친구집에서 신세를 지고 다음날 아침 부리나케 배를 타러 인천국제여객터미널로 향하였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인천항 입구. 예전에 '고양이를 부탁해' 에서 배두나가 열심히 벽지를 붙이던 곳 근처가 이 곳이었을 줄이야

여전히 하늘은 우중충 하였습니다. 시작부터 날씨가 나를 반겨주지 않다니..아아아~~~~아무튼 비가 조금이라도 쏟아지기 전에 재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배에 오르기로 하였죠.

배에서 사먹는 음식들은 저렴한 여행을 원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큰 지출항목이 됩니다. 그래서 항구 근처에 위치한 이마트에서 라면을 사가기로 하였죠. 특히 해외에서 맛 볼 수 없는 비빔면을 한 세트 구매하였습니다. 이 녀석이 나중에 워크캠활동을 하면서 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죠 ㅎㅎ

항구입구에서 한참을 걸어가면 나오는 이마트. 사실 길을 잃어버려서 찾는다고 심하게 고생하였다

제2
이 곳이 실제 텐진(천진)행 여객선에 탈 수 있는 곳. 제 2 국제여객터미널


표는 이전에 전화로 미리 예매를 해두었습니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사이트를 통해 배편을 알아보고 95,000원을 입금하였죠. 당시 학생할인을 통한 가격이 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표를 찾게 되면 항구이용료 9,200원을 별도로 지급하게 됩니다. 출항은 매주 월, 금 14:00 이구요. (현재 운임요금은 가장 낮은 등급이 115,000원입니다 - 자세한 것은 홈피 참조)

출항보다 한시간 전에 오라고 하였는데 저는 조금 늦었더랬죠. 그랬더니 티켓팅 하는 직원이 빨리빨리 뛰어가라고 하더군요. 성급하게 할 필요가 없는데 왜 그럴까나 생각하면서도 몸은 후다다다닥~ 이걸 만에 하나 놓쳐버리면 빡빡하게 짠 스케쥴이 엉망이 되는지라 할 수 없었죠.

수속을 하면서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을 보았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자전거를 들고 승선하는 외국인;;; 나중에 배에서 안 사실이지만 그 외국인은 프랑스 사람으로 내몽고를 거쳐서 자기 고향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아~ 여행자의 나름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 횡단~~~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꼭 해봐야겠어요 ㅎㅎ

공항처럼 버스를 타고 배 앞까지 오게 된다

승선용 계단. 대형여객선 답게 꽤 높다

중국
로비풍경. 직원이 친절해서 좋았음

승선을 하고 슬슬 저의 자리를 찾아갔죠. 이전에 인터넷으로 어떤 곳인지 미리 봤던지라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서도 여행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실제로는 두근두근. 게다가 어떤 여행객들이랑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간의 만남이 혼자떠나는 여행의 묘미니깐요~

짐을 풀고나서는 가볍게 배를 구경하기로 하였습니다.

중국가는배
총 8명이 한 곳에서 지내게 된다. 룸같은 구조가 아닌, 복도식 개방구조로 가장 저렴한 등급

안녕 인천항~ 난쥬 봐~

잘 뎅겨오라고 반겨주고 있는 것으로 사료되는 인천항 갈매기들

중국가는배
배 후미에서 찰칵. 대부분의 국제선은 파나마의 국기가 달려있다

배를 타면서 깃발이 한국도, 중국도 아닌 파나마인 것에 많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선박 국적제도와 관련이 있더군요. 배나 비행기와 같이 이동시 국가의 보호를 제대로 받기 힘든 곳 까지 가버릴 수도 있는 교통수단들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보호해 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국적을 등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제법상 이중국적 혹은 국적이 없는 선박은 해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반드시 국적등록을 해야되죠. 이런 상황에서 등록시 낮은 관세등의 많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를 선주가 선택하게 됩니다. 한 때 라이베리아가 가장 유망한 국가였지만 현재에는 파나마가 최대 이익을 제공해주는 국가가 되어서 이렇게 파나마 선박으로 국적을 등록하는 배가 많이 생기게 된 거죠.

파나마 국기

중국가는배
갑판 위. 얼마나 많은 바닷바람을 이 배는 맞이하였을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몇몇 여행객들과 안면도 트면서 어느정도 지루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를 돌아다니면서 한 때의 고등학생들이 오가는 걸 보고 '중국에 놀러가는 얘들인가? 부럽다'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통일된 분홍색의 셔츠를 입은 한무리의 여고생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다가 배에서 방송으로 여고생들의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엥? 무슨공연?
알고보니 한국에서 기악합주대회에서 우승을 하여서 대한민국 대표로 중국 베이징 대회에 참가를 하게 된 충주여상 학생들이었던 것입니다!

우글우글거리는 한 때의 핑크빛 여고생들

공연 여고생
와우! 멋진 기악대로 변신!!!

공연 여고생
환상적인 여고생들의 공연에 흠뻑 빠져들다~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타이밍을 잘 맞춰서 여고생들의 화려한 연주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으니깐요. 한국대표로 해외에 가는 여고생들을 바라보면서 많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등학생 때 저렇게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하여서 이렇게 한나라의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추억을 가질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아아아~ 좋은결과 있기를 바라며 화이팅 해주었습니다!!! 모든 승객들의 열화같은 환호와 함께 공연은 아주 멋들어지게 끝이 났습니다.


공연 후 배에서 알게 된 몇몇 여행자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배낭)여행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그말대로 다들 좋은 분들이고 재밌는 분들이라 즐거운 배여행이 되었습니다. 다들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해가지고 시간이 한창 지난지도 모른채 갑판에서 열심히 웃고 떠들어댔죠.

양꼬지~ 냠냠냠냠

즐거웠던 술자리. 연락처를 받지 않은 관계로 연락두절. 다들 잘 살고 있으실랑가 ㅎㅎ

말린
도자기 공예를 하셨던 어르신께서 준비해 오신 비장의 먹거리! 그거슨 말린 피조개!!! 이 귀한걸 이 곳에서 먹게 되다니. 으허허허엉~

중국가는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아주 긴 하루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눈깜짝할새에 하루가 지나가 버렸습니다. 아마 새벽4시까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열심히 놀았던 것 같네요. 이러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흔들리는 침실에서 꾸벅꾸벅 잠에 들었습니다. 에어콘이 고장이 났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몇 번을 깨었는지...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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