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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언제나처럼 복수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초나라의 두 중신이 왕의 명령을 받고 찾아왔다. 사자는 말했다.

 

"초나라의 재상이 되어주십시오. 우리 임금님의 원이옵니다."

 

장자는 낚싯줄을 드리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귀국에는 죽은 지 3천년이 된 영험한 거북의 등껍질이 있다고 들어소. 임금께선 그것을 비단보로 싸서 상자에 넣어두고 소중히 제사를 드린다고 합디다. 그런데 그 거북을 보시오. 죽은 뒤에 제사를 받는 편과, 살아서 흙탕물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는 편을 생각해보면 어느게 더 낫겠소?"

 

"그야 살아 있는 편이 더 좋겠지요"

 

그러자 장자는 말했다.

 

"자, 그만 돌아가주시오. 나도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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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몇개 더 있다(지금 기억나는건 2개 더 있는걸로 알고 있다.)

외편은 장자가 직접 쓰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러한 연유로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쓰여있지 않나 싶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 부분에 씌어져 있는 장자의 글을 쓰고 그에 대한 현재의 생각등을 써보는게 이 게시판의 주제였는데...글쎄

오늘 글귀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어쩌면 나도 이미 사회에 나름 찌들어버린게 아닐까?

 

장자는 자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크게 치르지 말고 그냥 산속에 내버려두어 산짐승들의 먹이로서 자연스럽게 흙에서 흙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제자 및 후세의 사람들에게 추앙 받고자 하는 마음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 아저씨 역시 사후 화장을 부탁하며 간소한 장례식을 원하였다. 하지만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사람들은 그의 시체를 냉동보관하여 호치민 주석의 묘에 안장시켰다. 호아저씨는 이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위대한 영웅을 추모하고 기리는것....이것은 곧 그들의 사상이 후세의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거북의 출세라는 글에 적혀있는 것은 오직 거북의 입장에서만 내본 결론이다. 그리고 이미 죽어있는 상태인 거북의 등껍질이 한나라의 국왕에게 소중한 존재로 와닿고 거북의 등껍질을 통해 나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며 진실된 마음으로 제사를 지낸다면 그 거북은 자신을 희생하여(그런데 그 거북이 자연사 한것인지, 등껍질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직접 잡아서 죽인것인지 불분명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모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것을 악용하거나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들은 큰 문제를 야기시킨다. 왜 우리가 영웅들을 추모하고 마음속으로 그들의 사상을 다시금 되짚어보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렇게 장자의 글에 반하는 글을 써보는것도 처음인거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철학을 전파하는 장자의 글에서는 어쩌면 이렇게 열린결말(?)로 이러한 생각을 이끌어낸것도 의도된 것인지도 모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여기서 사팍 시즌 14- 2편 이 생각이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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